유머 있는 글을 담고 싶었습니다.
매우 가볍게, 날개를 단 듯 날아가듯.
그런데 어디선가 멜로디가 들려옵니다.
베토벤 비창 2악장 입니다.
원장님은 지금 잠자리에 누웠는데 비창이 두뇌 자동 재생 될지도 모릅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꿈을 안고 비창을 쳐보길 원합니다. 한 명, 두 명, 세 명, 일곱 명...!?
한편 이 곡은 잘 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합니다.
리스트 사랑의 꿈, 그리고 드뷔시 달빛 등과 함께 - 인기곡 선두 주자에 늘 손꼽힙니다.
여기서 그럼 저는!?
네 이제 플랫 하나, 샵 하나에 손가락이 꼬이는 바이엘 레벨 입니다 ㅠㅠ
그래도 오늘은 신나게 왼손 낮은음 자리표를 당당하게 집중해서 잘 쳤습니다.
제 마음의 소리를 원장님은 들었습니다. 칭찬 대신 묵직하게 때립니다.
"시북님, 이 곡은 웅장하게 누르는 게 아니고요. 제 오른손 스윙 리듬에 맞춰보시겠어요?..."
레슨 시간은 그렇게 오늘도 활기 넘치게 저물었습니다.
6월 말 ~ 7월 부터는 찬송가 입례송 배워봐요. 드디어 정식 4부 치기에 도전하는 거예요.
당연히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겠지만, 실력이 또 한 번 부쩍 늘 수 있어요!
저는 너무 신났습니다. 이번에도 원장님의 따끔한 지적은 웃음과 함께 이어집니다.
"시북님, 하나의 꿈을 이루어 간다고 너무 오버하셔도 안 됩니다! (정신 차려욧 ㅎㅎㅎ)"
원장님의 지도방식은 이상합니다.
못하고 풀 죽어 있으면, 당당히 힘차게 치라고 하고...
당당히 잘 쳤다고 생각하면, 잠깐만요! 이 곡의 해석은...
그리고, 드디어 꿈에 다왔다 고 생각될 때, 일부러 아주 멀리 떨어뜨립니다...
바쁜 일정으로 오늘도 서둘러 사라지시는 원장님.
식사를 잘 챙겨드시라고 응원하고 싶지만, 원장님은 이렇게 대꾸하실 껍니다.
"시북님부터 잘 챙겨드시라구요."
비창의 유령은 오늘도 레슨실을 배회합니다.
원장님은 오늘도 비창을 지도할 지도 모릅니다. "이 부분은 말이지..."
그리고 그 노력들은 시간을 듬뿍 먹어, 결실을 맺고 돌아올 테죠.
연습실에서 나오는데, 같이 배우고 있는 어머니가 넌지시 웃음을 건넵니다.
처음에 비하면, 엄청 느셨네요.
피아노의 세계란, 알아갈수록 사는 것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왼손과 오른손을 조화롭게 사용해야 소리가 둥글고 예쁩니다.
특히 소리가 튀어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소리를 내야 합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비창을 듣습니다. 확연한 집중도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선율은 부드럽고, 다정하게 속삭 입니다.
마치 "그래도 괜찮아" 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번호 64 를 듣습니다. 김봄소리님 연주입니다.
힘이 꽉 차 있는, 뜨거운 열정이 느껴집니다.
마치 "인생은 어차피 아름다운거야" 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오래 전, 원장님은 가볍게 이야기를 던지셨습니다.
"시북님, 가끔은 클래식 들어보기도 하세요. 그거 의외로 재밌답니다?"
수면 유도 음악, 태교 음악 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힘이 드는 날에, 소파에 기대어 브람스 곡을 틀어 놓고 가만히 있기도 합니다.
이런! 일상의 풍경이, 삶의 모습이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아! 원장님. 부디 무더운 여름, 힘내세요!
- 2026. 06. 17. 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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