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시북
경쾌하게 기계식 키보드로 두드려 보고 싶었습니다.
20대 시절의 꿈이었습니다. 이루지 못했습니다.
실은 블로그 생활은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여기 구글 블로그 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547만 카운터를 자랑했습니다.
제법 똑똑해진 제미나이 프로 에게 물어보니 상위 1% 블로그 정도는 된다고 하네요.
확실히 대형 포털 메인 화면에 노출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꽤 뿌듯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버리기로 했습니다. 다시 제로부터 시작하기로 결단해 버렸습니다.
20대 시절 사 놓았던 추억의 도메인을 이 곳으로 연결하는데 성공하자 조금은 설렙니다.
글은 남는다 이 점이 매력이었습니다.
너는 글을 잘 쓰는구나 한결 같은 칭찬이 계속되자 이것을 작은 달란트(재능)로 인식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내가 선물 받은 사람이구나, 그래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 입니다.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번에는 1,000만 카운터를 찍어보고 싶습니다! 라고 답했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 달라졌습니다. 병이 깊이 들고, 목표들이 차례 차례 침몰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인간의 힘 - 바벨탑 쌓기를 멈추고, 다른 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매우 감사합니다.
미래의 누군가 에게 제 글이 닿기를 바랍니다.
10년 뒤, 누군가 우연히 글을 읽고, 잠시 힘을 낸다면 저는 정말 기쁠 것입니다.
천국에서도 미소가 넘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정성을 담아 노력해서 글이 쓰여지기를 바랍니다.
날이 갈수록,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구나 날마다 배웁니다.
또렷함은 희미해져서, 그 좋아하던 책을 겨우 한 장 넘기기 어려워지고,
피아노에 도전한 멋진 모습은 주일 오전 마다 서투르고 어설픈 반주가 되어 나를 무너뜨립니다.
이번 구글 에서 맞이하는 블로거 도전은 충분히 제 인생을 걸만한 것입니다.
어느덧, 책을 낸다고 작가가 되는 세상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실한 태도로 글을 쓸 때, 얼마든지 미래의 누군가 에게 마음이 전해진다는 걸 압니다.
자신감이라고 해석해도 좋습니다. 제 글 실력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20년 넘도록 글을 써왔는데, 글을 못 쓴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바로 접니다.
저는 글을 확실히 못 쓰는 편이고, 잘 읽히지도 않는다는 평가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고쳐보려고 애를 참 많이 썼는데... 여전히 핵심만 예쁘고 선명하게 쓰지 못합니다.
어느 순간, 그냥 문맥과 여백으로 의도를 전하는 내 스타일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뭐, 세상에는 덜 예쁜 꽃이나, 못생긴 나무도 있어야 좋지 않겠습니까?
쓸모가 없기 때문에 돈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굶어 죽기 직전까지는 광고 또한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작가 시북 으로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하는 까닭은,
미래에는 멋져 보이는 기계 작성 글이 인터넷을 뒤덮을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저같이 볼품없는 글이, 어쩌다가 사람의 마음에 닿을지 모릅니다.
그 날을 기대하며, 오늘 하루 힘을 냅니다.
마침 소설 어린 왕자 책이 바로 옆에 있으므로 한 소절만 짧게 인용합니다.
"양은 그 안에 들어 있어."
우리의 모습이 꿈과는 너무 다를 때가 많습니다.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을 바라볼 것 인가는 언제나 중요합니다.
제 방은 도서관 만큼 좋은 공간이 되었고, 게임센터 만큼 신나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의 마지막 시선은 먼 미래에 있습니다.
이 소박한 무명 블로그가 "가능성" 을 담기를 끝으로 바랍니다.
우리동네 인구는 2만명이 조금 넘습니다.
출발한 2026년 - 몇 년 안에 일단 거기까지 닿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말하는대로,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작가 시북 은 여전히 철이 없어서, 오늘도 꿈을 즐겁게 먹으면서 삽니다.
고맙습니다. 소개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 2026. 06. 07. 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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